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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산맥 따라 캐나다 여행,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그 길 위의 풍경 본문

해외여행/캐나다 로키산맥, 밴쿠버

로키산맥 따라 캐나다 여행,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그 길 위의 풍경

SeanShine 2016. 5. 3. 17:01

캘거리 사람들은 밴프와 더불어 록키여행을 자주합니다. 캘거리는 살기 좋은 도시이지만 인구 백만의 중소도시이고 석유공업 발전에 따라 발전한 도시이다 보니 아직까지 즐길 거리가 많지는 않은 느낌 입니다. 하지만 캘거리에서 한 시간 반정도만 운전해 나가면 캐내디언 록키라는 대자연과 만날 수 있어 캘거리를 매력적인 도시로 만드는데 일조 합니다.

캐네디언 록키는 그 명성에 걸맞은 자태를 항상 뽐내는 곳인데, 눈 내리는 한겨울이나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이나 언제든 매력이 넘치는 곳입니다. 이 기록은 캘거리에서 밴프를 스쳐지나 재스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온 여행의 기록입니다. 하지만, 이번 일정은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차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 사실상 추천하거나 다시 따라가고 싶은 일정은 아닙니다. 만약 캘거리에서 재스퍼를 여행 한다면 2박 3일 이상의 여유로운 일정으로 다녀와야 할 겁니다.

물론 처음 재스퍼 여행 계획 세울 때는 여유로운 여행이 될 거라 착각 하긴 했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잠깐 멈춰서 시간을 즐기는 자유로운 로드트립을 계획 했었습니다.

우선 여행의 출발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모종의 이유로 출발시간이 오전 9시에서 오후 1시로 변경되어,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캘거리를 출발 했을 때는 이미 오후 세시가 지나 있었습니다. 덕분에 밴프와 레이크 루이스 방문 계획은 모두 취소한 체, 오직 재스퍼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렸습니다. 그렇게 레이크루이스를 지난 시간은 이미 오후 6시 가량. 레이크 루이스 정션을 지나면 이제부터 세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라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에 접어들게 됩니다.

크로우풋 빙하 (Crowfoot Glacier)

레이크 루이스를 넘어서면서 만나는 첫 포인트이자 차를 멈출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첫 목적지는, 크로우풋 빙하입니다. 이름 그대로 까마귀 발 모양으로 빙하가 생성됐는데, 아쉽게도 현재는 까마귀발의 뻗어 나온 세갈래 중 아래쪽은 산사태로 무너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형태는 남아 있었는데, 두 번째 발가락도 지구 온난화로 서서히 녹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Icefields Parkway)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라고 불리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는 레이크 루이스 정션부터 재스퍼 사이를 이어주는 93번 국도입니다. 장장 230km에 걸쳐 빙하와 만년설로 뒤 덮인 록키산맥의 속살을 파고들며 달리는 이 도로는, 접어드는 순간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와 있는 착각마저 들게 만드는 곳입니다.

록키 일대가 다 비슷하긴 하지만, 여기는 여행 포인트 바로 앞에 표지판 하나 세워두고 주차공간을 작게 만들어 놓은 게 관광 안내 시설의 전부입니다. 잠깐 한눈 팔다 시야에서 놓치면 그곳은 언제 지나쳤는지도 모르게 지나 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여행할 때에는 미리 주요 포인트를 대략이나마 파악해 놓고 조수석에 매의 눈을 가진 친구를 앉혀야 됩니다.

재스퍼 HI-Maligne Canyon Youth Hostel 에 숙소를 예약해 놓은 상태라, 아름다운 보우 호수 (Bow Lake)도 지나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쉬운 김에 사진이라도 계속 찍었지만, 록키의 변화 무쌍한 날씨와 동물들 덕분에 이렇게 물 자국, 새똥, 반사광, 각종 꼬질 한 자국이 넘치는 사진들만 남았네요.

페이토 호수 (Peyto Lake)

그런 와중에도 여기는 꼭 가야겠다 싶었던 곳이, 사람들이 한입으로 칭찬하는 록키 3대 호수 중 한곳인 페이토 호수 였습니다. 이 아름다운 호수는 계절마다 변하는 에메랄드 빛 물 색깔로 유명한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엔 사광이 비추는 시간이긴 했지만 여전히 환상적인 모습 이었습니다. 카메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풍경입니다. 가을이 되면 단풍과 어우러져서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겁니다.

페이토 호수를 둘러보고 이제 재스퍼까지 또 열심히 차를 달려야 합니다. 역시나 중간 중간 계속해서 포인트가 있지만 시간이 없는 저는 그냥 그대로 다음날을 기약하며 지나칠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그렇다고 재스퍼까지 가는 길이 심심하냐 면, 그렇진 않습니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는 200km가 넘는 긴 도로지만 단 한번도 여행자에게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록키일대의 변화무쌍한 날씨와 뒤섞여 항상 멋진 장관을 연출해 냅니다.

일정이 꼬인 덕에 밤 11시에 겨우 숙소에 도착한 저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에서 사진을 찍으며 풍경을 즐길 여유가 많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고생 끝에 호스텔에 도착했지만 이 호스텔,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무려 상수도 시설이 없는 호스텔 입니다. 재스퍼 시내에서 조금 외진 곳에 있어서 불안하긴 했지만 수도가 없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었는데, 어쩐지 이번 여행은 불안불안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씻는건 포기하고 자동차 트렁크에서 쉬어가는 삼겹살을 꺼내 저녁식사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물탱크에서 떠온 물로 고양이 세수와 양치만 마치고 오늘 일정을 마무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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